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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 학생들 발랄”…독일인들, 북 이미지와 달라 놀라
[중앙선데이] 입력 2020.02.08 00:02 수정 2020.02.08 00:08
베를린자유대 계절학기 프로그램
독일 학생들과 주저없이 토론하고
한국 학생과 같은 기숙사 쓰기도
시몬 교수 “북 학생 초청 센세이션”
일부선 “북 체제 도와준다” 부정적
평화 위해 젊은이들 교류 확대해야
자유대 계절학기 프로그램은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국제대학 프로그램이다. 독일어 어학수업과 함께 독일과 유럽의 문화, 역사 외에 글로벌한 문제에 관한 다양한 수업이 진행된다. 이번 계절학기에는 14개 국가에서 15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수업이 진행되는 강의동에서 하루 6시간 동안 강의를 함께 들었다. 그리고 통일된 독일과 베를린을 상징하는 브란덴부르크문과 포츠담광장, 분단됐던 독일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 주는 동서베를린 경계지역의 검문소 체크포인트 찰리와 베를린 장벽기념관에서 이루어진 현장학습에 함께 참가하면서 친해졌다.그렇게 자유대의 새로운 동문이 됐다.
김일성대·자유대 교류협력 MOU
베를린에 있는 3주 동안 김일성대학 학생들은 북한사람을 만난 경험이 전혀 없는 독일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돌아갔다. 북한에서 온 학생들이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젊고 발랄한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보는 것 자체를 독일인들이 놀라워했다.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북한의 이미지와 베를린에 온 명랑한 젊은 대학생들이 주는 인상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이다.
현장학습을 위해 방문한 독일기관의 담당자 중에는 자신이 만나고 있는 코레아(Korea)에서 온 학생들이 당연히 남한에서 왔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도 있었다. 연방총리청을 방문한 북한 학생들과 한참 웃으며 이야기하던 한 중년의 독일인은 학생들에게 “징그러운 북한은 지금 좀 조용하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의 앞에 서 있는 학생들이 바로 자신들이 그 북한에서 왔다고 답하자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그리고 자기가 얼마나 강하게 미디어에 영향을 받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설명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크게 웃었다. 학생들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었다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러나 자유대 교수들을 비롯한 독일의 많은 정치인과 지식인, 일반 시민들은 대부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자유대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격려한다. 특히 냉전시기 베를린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대학이 아니면 누가 교류를 위한 창구역할을 하겠느냐고 말한다. 자유대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기쁜 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김일성대학과의 교류협력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나서겠다고 한다. 독일과 유럽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경영철학자 헤르만 시몬 교수는 “북한 학생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이 성사된 것은 작은 센세이션”이라고 했다. 평화를 위해서는 젊은이들 간의 만남의 장을 만들어 주는 것보다 좋은 일이 없다는 메시지도 함께 보내 왔다.
실제로 2020년 1월에 열린 자유대 계절학기는 자연스럽게 남북한 대학생들의 만남의 장이 되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150여 명의 학생 중에 코레아에서 온 학생이 90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김일성대학 학생 12명 외에 홍익대·부산대·충남대에서 온 약 80명의 한국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들었다. 같은 기숙사 건물에서 함께 생활한 학생들도 있었다. 이들은 3주간의 수업을 마치고 종강하던 날 계절학기 졸업식장을 유쾌한 파티장으로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함께 웃고 떠드는 모습은 마치 한국 어느 대학의 종강파티가 열린 것과 같았다. 누가 남쪽에서 왔고 누가 북쪽에서 왔는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바로 3주 전만 해도 북에서 온 학생들에게 말을 걸어도 되는지 물어 보았던 남쪽의 학생들이었다. 입학식장에서 김일성대 교수에게 정말로 북에서 왔냐고 물으면서 마치 그가 정말 사람인지 알고 싶은 아이처럼 한번 손을 만져봐도 되냐고 묻던 남쪽 학생도 있었다. 북한사람과 말을 나누면 귀국한 후 관계기관에 잡혀가거나 다른 불이익을 당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마음의 장벽이 사라지고, 남과 북의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기까지는 3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매일 아침 등굣길에 남북 학생들 수다 때문에 버스 안이 시끄러웠다고 한다.
홍익대 등 한국 학생도 80명 참가
북한 학생들이 돌아간 후, 자유대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인 학생들이 북한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해 보고 싶었지만 북한주민접촉신고를 하지 못해서 3주간 학교에 오지 못해 아쉬워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콘크리트 장벽보다 더 엄격한 제도의 실체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유대가 북한 학생들을 초청할 때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우리의 현실이 더욱 슬프게 다가왔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런 마음의 장벽을 쌓는 제도를 끌어안고 살으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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